[귀향]용서할 수 없는 역사 -스포주의-


귀향...


'고향으로 돌아가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를 가장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는 두 글자이기도 하다.




위안부 문제는 지금까지 아주 뜨거운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단어다.


정치적으로, 국제적으로 뜨거운 감자와도 같다.


최근 언론에서는 연일 보도로 시끌시끌했었고


일본의 안일한 태도와 더불어


굴욕적 협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국내 지도자의 무능함을 성토하기도 했었다.


슬픈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 사안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 이면에, 아주 그 이전에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있었고


억울하고 잔인하게 끌려가 고통속에 생을 마감하거나 평생을


벙어리 냉가슴을 앓으며 고통속에 살아오신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이거나 애국적이거나 그런 측면이 아니다.


통한의 역사를 처절하게 재연한 한편의 슬픈 이야기다.






1943년의 어느 마을.




무남독녀 외동딸을 키우는 한 농부.


어느날 마을에 흉흉한 소문이 돌게 되고


불현듯 찾아온 일본군들에 의해 끌려가게 된 주인공 정민.




어디로 가는지, 왜 끌려가는지도 모르게 끌려가는 정민이를 어쩌지 못하는 가족들



그저 바라보고 통곡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게 끌려간 곳에서 일본군에게  짓밟히는 소녀들


영화는 그 장면을 최대한 배우들을 배려해 촬영했고


말초적이거나 자극적인 화면은 거의 담기지 않았다.


부감(하늘에서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각도의 앵글)으로 촬영된


여러 방에서 이루어지는 만행들을 화면에 담았을 뿐이었다.


온몸 곳곳에 든 멍과 상처 자국, 얼굴에는 항상 폭행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모습들이 화면에 비추어졌다.


실제 그녀들은 하루에 수십명을 상대했다고 한다.


구체적 장면묘사를 피하기 위한 장치로


힘겨워 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여성의 생리 기간중에도


일본군을 상대해야했던 상황들을 그렸다.


그렇게 강압에 의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강제로 끌려가 


꽃다운 청춘을 빼앗긴 것이다.



일본의 만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임신하거나, 병들거나, 정신이 이상하거나, 도망치려 했던 소녀들은


가차없이 처벌받았다. 강제 낙태수술을 받거나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




실제 이 장면은 강일출 할머니의 증언과 그림을 영상화 한것이라고 한다.


잔혹한 그들의 만행의 정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실제 그들의 만행은 더 악랄했다고 한다. 


웹상에 떠도는 그림들을 본 기억이 난다. 


못박힌 판자에 사람을 굴리고 목을 자르고 성기를 달군 쇠로 지지는 등


인간으로서 저지를 수 없는 행동들을 그들은 저질렀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이 


그런 만행들이 영화상에서 재연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극도로 자극적인 장면들은 영화의 의미를 퇴색시킬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예상한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특이점이 있었다면 


내용의 구조가 현실과 과거를 오가는 것이 었는데


다른 영화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었다.




현실의 고등학생정도 나이의 신내림 받은 은경이와 대비되며 할머니의 원한을


차근 차근히 그려간 것이었다.



내용에 대한 부분은 더 설명하지 않으려한다.




영화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이야기는 처연했고 그들의 한은 영화에서 명확하게 폭로되었다.


극장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들이 보였고,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여러 어르신과 여성분과 남성분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오로지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평입니다.스포도 있습니다.-

-다소 불편하실 수도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넘어가시길 권장드립니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운 영화다.


영상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아쉽기 그지 없는 영화다.


물론 저 예산 영화라는 패널티를 감안하고 보기 시작했지만, 


내용구성이 매끄럽거나 화면의 전개가 설득력이 있지 않았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데 있어 영매인 은경을 활용하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그외의 점프컷들은 의아함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전혀 문제 없었다. 


하지만 좀 더 극대화 시키고 좀 더 강렬하게 다가오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인 것이다.


자극적인 화면이 아니라 은유적이더라도, 비유적이더라도 


좀 더 다가오게 할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굿하는 장면들도 다소 뜬금없기는 했다.


주인공이 토속신앙과 연관된 것이라고는 한국인이라는 설정뿐인데


갑자기 굿판이 벌어진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었다.


또한, 시도 때도 없는 시간 점프 때문에 내용의 흐름이 자꾸만 단절 되었다.


특히나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정민의 모습이 끝나자 마자 


은경이 점집에 있는 장면으로 점프하는데, 정민의 상황이 채 이해되기전에


은경을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다소 어리둥절했다.


심지어 은경이라는 캐릭터도 잘 보이지도 않았다.


내용전개상 은경을 등장시켜야 하는 것도 이해는 했지만


거기서 부터 뭔가 꼬였는지 영화의 몰입에서 자꾸 튕겨나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처절한 소녀들의 피해 상도 너무 절절히 느낄수 있는 대목이었으나


조악한 세트와 일본군들의 어정쩡한 모습 역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중 하나였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너무 부족했던 터라


누가 죽었고 누구와 끈끈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알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탈출에 거의 성공해 놓고도 탈출한 일행에서 낙오된 언니때문에 


다시 돌아왔다는 설정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그곳에서 알게된 언니를 버려둘 수 없어서 돌아온 것도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정민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없다는 것은 자명했고


실제 언니를 구하기 위해 어떠한 설득력 있는 행동조차 하지 않는다.


내가 주동자라던가, 혹은 언니를 구해달라고 발버둥 친다거나 하는 등의


액션도 행동도 없었다. 도데체 왜? 라는 의문이 가장 많이 남은 대목이었다.


저예산 영화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연출의 한계는 있었다고 하지만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포인트는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조악한 컴퓨터 그래픽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영혼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정민의 모습.


어머니와 포옹하고 행복해하는 정민의 표정 이후 가족이 같이 밥먹는 장면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필요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영화는 7만여명의 사람들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소위 국민의 영화로 잘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의미 있는 영화였고 


일본의 용서할 수 없는 역사 를 역사의 한자락에 남기는데 손색 없는 영화였다.




크레딧 롤에 후원해준 7만여명의 명단이 올라가는 순간이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었다. 



심지어 배우들의 출연 뒷 이야기들도 감동적이었는데 


영화 본편의 이야기보다 뒷이야기가 더 감동적이었다.


현재의 피해 할머니로 분한 손숙씨는 출연료 일체를 받지 않으셨고


러닝 게런티도 전액 기부하겠다고 하셨다. 


일본군으로 나온 한 배우는 김구씨의 외손자 이기도 했고 


투병중 영화제작에 참여했다. 


정민으로 분한 소녀역시 재일교포 4세였고 그의 어머니 역시 이 영화에 


출연할 정도로 다들 엄청난 정성을 쏟았다고 전해진다.


이 영화는 기획부터 지금까지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제작과정에서 이러저러한 걸림돌이 많았다고 한다.





이제 그때를 기억하고 경험한 분들은 마흔네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 영화의 만듦새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에게 시사하는바는


매우 큰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엔딩 크래딧롤이 올라갈 때


이런 의미있는 일에 동참하지 못한 것이 참으로 한스럽기까지 했다.


늘 일본을 욕하고 그들의 만행을 잊지 말자고 외치면서도 


실상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쉽지만 가슴에 깊이 남은 영화였다.


평가가 불가능한 영화라는 생각을 한다. 


평점이고 뭐고 오늘은 여기서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제작진, 배우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당신들의 용기와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