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해 시] 꽃 물

꽃 물 



김소해 


겨울 잠이 냉각기를 풀고

질펀 질펀

문을 열었다.


맨살내음

아린 바람결에 묻어와

물기 오르는 밤으로 수런 거린다.


안개 깊은 새벽으로 

한 사내가 저벅저벅 걸어들어가

꽃 비늘 후두둑


눈을 뜬 아지랑이는

환절기 몸살을 풀고

앞산에 꽃 등을 걸었다 




-아들의 변-


어머니의 대표 시다. 문인들에게 호평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작가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가 명확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이 시는 봄이 도래했음을 이야기 했다고 하신다.


첫 연은 명확하다. 얼었던 시골길이 물기를 머금고 한걸음 옮길때마다 질퍽 거리는

느낌을 이야기 했다. 계절이 바뀜을 느낄수 있는 부분이 참 많은데 그중 참 일상적인 점을

들어 봄이 왔음을 노래 했다. 


두 번째 연부터 특정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맨살내음'이라던가 세 번째 연의 '사내',  네 번째 연의 '몸살을 풀었다' 등의 구절들인데

이런 이미지 때문에 많은 이들이 연애시로 받아들이게 된다. 


깊은 새벽에 사내가 어디론가 걸어들어가자 꽃비늘이 후두둑 떨어진다.

외력에 의한 현상임을 직감하게 만드는 구절인데

그 외력은 남녀의 운우지정에 의한 것으로 해석하게 하기도 한다. 

눈을 뜬 아지랑이 역시 봄에 피어나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성에 대해 눈을 뜬 젊은 남녀를 떠올리게 한다. 

몸살을 풀었다라고 하는 것도 그로 인한 몸의 변화라고 느끼게 하는 구절이다.

나 또한 어머니의 의도를 듣기 전에 이 시를 접했을때는 남녀간의 사랑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셨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말씀하신다.

깊은 새벽으로 저벅 저벅 걸어 들어가는 한 사내는 봄을 의인화 하셨다고 한다. 

봄이 오는 현상은 때로 역동적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하룻밤 자고 나면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을 보게 되기도 하고 꽃에 날아드는 벌과 나비떼들, 

추웠던 겨울이 끝나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면 봄의 역동성을

확연하게 느끼게 된다.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는 생명의 시기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꽃이 떨어지는 소리를 표현함으로써 봄이 왔음을, 그리고 생명이 시작함을 이야기하셨다.

떨어졌다고 하는 것을 단어로 표현하게 되면 젊음이나 어떤 생명이 끝남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그 구절은 형상화 시키지 않으셨다고 한다. 


겨울에는 보이지 않는 아지랑이가 겨우내 몸살을 앓고 있었고 봄이 되면서 그것을 풀고

세상으로 올라오는 것을 표현하며 꽃 등을 걸어 봄을 완성했다.



어떻게 보면 남녀간의 사랑 역시 봄에 비유 될 수 있다. 인간의 감정에도 사계절이 있다고

말하는 문인들도 많이 있을 뿐더러 가슴 두근거림을 안고 남녀간의 관계를 시작하는

시기 역시 청춘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어머니는 이 시에 대한 해석을 고정하려 하지

않으셨다. 읽히고 받아들이는 독자가 그렇게 느끼고 받아들였다면 그것은 그 사람들의 

시로 그 가슴에 남는 것이라 말씀하셨다.